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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간이역의 폐쇄와 재개장 사례 분석

한국의 철도 역사 속에서 간이역은 오랜 시간 동안 지역사회와 생활권을 잇는 중요한 교통 거점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 자동차 중심 교통체계의 확산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많은 간이역이 폐쇄되거나 운영이 중단되었다. 이러한 폐쇄는 단순한 시설 철거나 운영 중단을 넘어, 지역 주민의 이동권 박탈 및 공동체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최근 들어 일부 간이역은 관광 자원화 혹은 지역 활성화를 목적으로 다시 문을 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정적·사회적 함의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간이역 폐쇄의 배경과 양상

간이역 폐쇄는 주로 수요 감소와 운영 적자에 기인한다. 특히 일일 승하차 인원이 수십 명 이하로 떨어진 역의 경우, 인건비와 유지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철도공사와 지자체는 단계적 폐쇄를 선택해 왔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 전국적으로 수십 곳 이상의 간이역이 공식 폐지되거나 무정차 통과역으로 전환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충북 영동의 황간역, 경남 합천의 묘산역 등이 있으며, 이들 역은 한때 지역 생활권의 중심이었으나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하였다.

폐쇄의 주요 기준은 경제성과 수요 중심의 효율적 운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공공재로서 철도 교통의 사회적 기능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고령층과 차량 보유율이 낮은 주민들에게 있어 간이역은 필수적인 이동 수단이자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이었기 때문이다.

재개장 사례의 유형과 배경

폐쇄된 간이역 중 일부는 일정한 조건 하에 재개장되기도 하였다. 첫 번째 유형은 관광 자원화를 통한 재활용이다. 전북 곡성의 가정역은 대표적인 예로, 2000년대 초 폐쇄 이후 기차마을 관광단지 조성과 함께 관광열차 운행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이 역은 기존 철도망의 일부로 기능하지 않지만, 관광 전용 노선과 체험형 공간으로 재탄생하여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두 번째 유형은 지역 교통망 복원 목적의 재개장이다. 강원도 정선의 아우라지역은 폐쇄 후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요청에 따라 정선아리랑열차 운행 구간에 포함되어 다시 운영되었다. 이 경우,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닌 지역 주민의 이동 수요를 일정 부분 충족시키는 실질적 교통 수단으로 기능한다.

세 번째는 복합 문화공간으로의 전환이다. 경북 봉화의 분천역은 일종의 테마역으로 재정비되며, 겨울철 눈꽃열차의 기점으로 활용된다. 이 역은 전시, 공연, 지역특산물 판매 등을 겸한 복합공간으로 자리잡아, 단순한 철도 이용을 넘어 문화·관광의 접점을 제공하고 있다.

 

간이역의 폐쇄와 재개장 사례 분석

행정 및 정책적 고려 요소

간이역의 재개장을 둘러싼 정책적 접근은 매우 복합적이다. 우선, 철도공사와 지자체 간의 협의가 필수적이며, 역의 유지·보수 및 인력 배치에 따른 비용 분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또한 관광 목적이 강한 역의 경우, 안정적 수요 유입이 어려워 지속가능성이 관건이 된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는 재정 지원과 함께 민간 투자 유치, 지역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자립 기반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역세권과의 연계 개발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단순한 역 운영 재개보다는, 주변 상권 활성화 및 교통망 연계성을 고려한 종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예컨대, 경기도 양평의 용문역은 폐역 위기에 처했으나, 인근 관광지와 연계한 순환버스 도입 및 농촌 체험 마을과의 통합 운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해외의 간이역 재개장 사례

 

영국의 철도 정책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비칭 리포트' 이후 폐쇄된 소규모 역들을 재개장하는 움직임이다. 특히 잉글랜드 남서부에 위치한 도싯(Dorset) 주의 웨스트베이(West Bay) 역은 대표적인 재개장 사례로 손꼽힌다. 이 역은 1970년대 초, 여객 수요 감소와 운영비 부담을 이유로 폐쇄되었으나, 이후 지역 관광 자원 개발과 친환경 교통수단 장려 정책에 힘입어 2010년대 중반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단순한 교통시설로서가 아니라, 지역의 유산과 정체성을 보존하는 문화 공간의 기능까지 부여받은 것이다.

또한 일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관찰된다. 홋카이도 오비히로 인근의 ‘신토쿠역’은 일시적으로 폐쇄된 이후, 인근 지역 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과 지방정부의 문화유산 보호 의지에 따라 부분 재개장되었다. 이 과정에서 철도 운영사는 기존 역무 인력을 최소화하는 대신, 지역 자원봉사자와 협력하여 역의 유지와 관리를 맡기게 되었다. 이러한 형태의 재개장은 철도 운영의 경제성과 지역사회의 정체성 유지를 동시에 고려한 결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간이역의 재개장은 단순한 교통수단의 복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일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간이역 재개장의 사회적 의미

간이역의 재개장은 단지 철도 운영의 복원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기억과 삶의 방식이 되살아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많은 경우, 간이역은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닌, 누군가의 일터이자 마을 공동체의 상징이었다. 그러한 역이 다시 문을 연다는 것은 지역 정체성의 회복이자, 외부 방문자와의 소통 창구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폐쇄와 재개장을 둘러싼 논의는 공공성과 경제성 사이의 균형 문제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철도는 단순한 효율성의 논리로만 평가할 수 없는 인프라이며, 특히 지방에서의 철도망은 교통 복지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간이역 관련 정책은 수요 예측이나 경제성 평가만이 아닌, 사회적 기여도와 지역 문화 보존 측면까지 포괄하는 다층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간이역의 폐쇄와 재개장은 단순한 시설의 개폐가 아니라, 시대 흐름과 지역 변화의 압축된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철도 수요가 감소하고 효율성이 중시되는 오늘날, 많은 간이역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일부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으며 되살아나고 있고, 이는 지방 철도의 미래가 단절이 아닌 전환의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간이역의 재생은 보다 전략적인 접근과 주민 참여, 지속 가능한 모델 구축을 통해 진정한 지역사회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간이역 폐쇄 및 재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