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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지역별 간이역 탐방 시리즈] 충북 제천의 청풍역, 폐선된 철길이 남긴 기억

충청북도 제천시 청풍면은 예부터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이름난 고장이었다. 월악산과 청풍호,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아늑한 산자락은 오랜 세월 지역 주민의 삶터였으며, 이 고요한 풍경 속에 자리하던 청풍역은 이제는 폐선된 철길과 함께 그 존재만을 기억 속에 남기고 있다. 한때는 분주했던 이 작은 간이역은 철도의 시대가 저물며 자연으로 귀환하였지만, 그 자취는 여전히 뚜렷하다.

청풍역의 역사와 위치적 의미

청풍역은 1955년 중앙선 청풍지선 개통과 함께 개역하였다. 이 노선은 제천에서 청풍면을 거쳐 단양을 잇는 지선으로, 청풍호가 생기기 이전에는 주민의 주요 이동 수단이자 물류 운송의 핵심축이었다. 청풍역은 청풍면 읍내리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일제강점기 당시부터 제천과 단양 사이의 물자 수송을 위한 철도망이 논의된 끝에 개통된 노선이었다.

청풍역의 위치는 단순한 지리적 중심지를 넘어, 충북 내륙 산간 지역과 도시를 연결하는 관문으로 기능했다. 특히 농산물과 임산물, 그리고 제천과 단양 지역의 특산물이 집결하여 타 지역으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이 역은 중요한 물류 거점 역할을 맡았다. 아울러 청풍면은 전통적으로 유서 깊은 고장이었기에, 이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잦았다.

주민들의 기억 속, 청풍역의 풍경

청풍역은 평범한 간이역의 외형을 가졌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다정한 풍경으로 남아 있다. 매일 아침이면 이른 시간부터 농민들이 짐을 들고 역으로 모여들었고, 오후가 되면 시장을 마친 이들이 돌아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풍경이 일상이었다. 역사는 작았지만, 그 공간 안에는 늘 사람들의 목소리와 삶의 기운이 가득 찼다.

청풍역을 거쳐 간 열차는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물품도 실어 날랐다. 고랭지 채소, 나무, 숯, 약초 등이 청풍을 거쳐 제천, 원주, 대전 등지로 흘러갔으며, 역광장에는 늘 그런 물건을 싣고 내리는 이들의 분주함이 감돌았다. 역무원은 마을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관계였고, 아이들에게는 기차가 지나가는 순간이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일이기도 했다.

청풍호의 탄생과 철로의 침수

청풍역의 역사는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게 된다. 충주댐은 한강 유역의 치수 및 전력 수급을 위한 다목적댐으로, 이로 인해 청풍면 일대가 수몰되었다. 청풍역 역시 그 영향권에 포함되었고, 역 주변 마을은 수면 아래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중앙선 청풍지선은 1987년 7월 1일부로 공식 폐선되었으며, 청풍역은 역사 속으로 퇴장하게 되었다.

폐선된 철길과 함께 사라진 마을들은 주민들의 오랜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되었고, 청풍역도 그 중심에 있었다. 수몰 이전 마지막 열차를 타고 청풍을 떠나던 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회자된다. 누군가는 고향을 떠나는 안타까움 속에서, 또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잃는 상실감 속에서 그 철로 위에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었다.

지금은 사라졌으나, 여전히 남아 있는 청풍역

지금의 청풍역 부지는 청풍호 수면 아래에 잠겨 있으며, 과거 역이 있던 자리는 육지에서 볼 수 없다. 그러나 청풍문화재단지와 청풍호반도로 조성된 일대에는 옛 철길을 추억할 수 있는 몇몇 흔적이 남아 있다. 일부는 자전거 도로와 산책길로 재탄생하였고,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며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또한, 수몰 마을과 함께 사라진 옛 청풍면의 풍경을 복원하고자, 지역 주민과 제천시가 협력하여 사진 자료와 유품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한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과 기억을 보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청풍역 인근의 관광지 소개

[지역별 간이역 탐방 시리즈] 충북 제천의 청풍역, 폐선된 철길이 남긴 기억

청풍역이 자리하던 일대는 지금도 제천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풍문화재단지는 조선시대 관아 건물과 고가들이 이전 복원된 공간으로,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테마 공간이다. 이외에도 청풍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청풍호반 케이블카, 청풍랜드의 번지점프 및 수상레저시설, 비봉산 모노레일 등이 있으며, 월악산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입구로도 기능한다. 이러한 관광지들은 과거 철길이 지나던 자리를 새로운 여정의 출발점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현재 청풍역이 있던 자리에 가는 방법

현재 청풍역이 있던 자리는 충청북도 제천시 청풍면 읍내리 일대로 추정되며, 현재는 청풍호 수면 아래에 잠겨 있다. 따라서 정확한 역터를 직접 방문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인근 지역을 찾음으로써 과거의 흔적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제천역에서 출발하여 950번, 953번, 970번 등의 시내버스를 이용한 후 ‘청풍면사무소앞’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이후 청풍문화재단지 방향으로 도보 이동하면 청풍역이 존재하던 지역 인근에 도달할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평택제천고속도로를 따라 제천JC에서 안동 방면으로 진입하고, 남제천IC에서 금성 및 청풍면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된다. 이후 구룡교차로에서 청풍면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청풍 우체국 인근으로 진입하면, 과거 청풍역 인근에 도착할 수 있다.

이처럼 물리적으로는 사라진 청풍역이지만, 그 흔적을 좇는 여정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결론: 철로는 사라져도 기억은 남는다

청풍역은 더 이상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 흔적은 수많은 이들의 기억과 이야기 속에 살아 있다. 철도가 지역의 중심이던 시절, 청풍역은 사람과 물자의 흐름이 오가던 생명의 길이었다. 지금은 청풍호 수면 아래로 사라졌지만, 그 철로 위를 걸었던 수많은 발걸음과 이야기들은 여전히 제천의 한켠에 머물고 있다.

폐선된 철길은 잊혀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시간이 지나며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청풍역은 우리에게 공간의 의미, 사라진 것들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것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없이 일깨워준다. 지금 청풍을 찾는 이들이 그 호숫가를 걷는 동안, 한때 그곳을 가로지르던 철로의 조용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